장경린 개인전 《 Pattern in Square 》 장경린 개인전 ⟪Pattern in Square⟫
2023. 12. 1 - 12. 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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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본다’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알고 있거나 상상하는 것에 영향을 받는다. 경험과 이면 너머에 있는 것들을 떠올려 새롭게 해석하고 그것이 자신만의 보는 방식이라고 받아들인다.
장경린 작가는 런던 유학 시절 땅만 보고 걷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재밌고 쓸모 있는 것으로 채워진 세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변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인근 도시를 다니며 손바닥만 한 정사각형 종이에 일기를 쓰듯 그려나갔다. 먼저 눈으로 보고, 인상 깊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한 후 고요한 집이나 작업실에서 하루를 정리하는 마음으로 선택된 이미지를 담아냈다.
특히 정사각형(Square)은 작가에게 안정감을 주는 형태이다. 정사각형 종이 위에 담고 싶은 건 면으로 채우고, 제거하고 싶은 건 과감히 여백으로 두어 새로운 패턴(Pattern)을 만들었다. 그리고 여기에는 정연하지 않지만 순수하고 자유로운 규칙이 존재한다.
작가는 이러한 드로잉 작업에 대해 “마치 유아기에 어떠한 개념이 정착되기 이전에 색칠 공부하듯이 주변을 단순하게 보고 싶었고, 세상을 바라보는 것을 통해 어린 마음을 돌려놓고 싶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작가로서 색깔을 활용하는 일이 많으니 새로운 컬러 칩을 만드는 놀이로 생각하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세상의 색상을 또렷하게 바라보면 내면의 시야도 폭넓어질 거라 믿으며 자유롭게 그렸다.
작가에게 드로잉 작업은 종이 위에서 틀리거나 실수해도 되고, 어떤 방식으로든 원하는 형태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행위로서의 패턴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드로잉은 작가에게 안전지대(Safety Zone) 같은 의미이다. 이런 이유로 하루의 마무리 같은 패턴 그리기가 힘든 마음을 돌봐주기도 하고, 마음이 치유되는 것 같아 한동안 지속해 나갔다.
처음에는 연필을 사용하여 시작하고, 색을 칠한 후 연필 선을 최대한 지우며 남아있는 흔적은 그대로 두거나 연필 선을 넘어선 라인들은 흰색 물감으로 덮어서 마무리했다. 드로잉은 자신을 혹사하거나 힘들게 하지 않고 색칠 공부하는 아이처럼 재밌게 한 작업으로 기억된다. 모든 면을 채우지 않고 일부를 여백으로 남긴 이유는 열린 결말처럼 무언가 결정하고 싶지 않았고, 나머지는 보는 사람이 완성하여 채우기를 기대하면서 작업하였다.
하지만 장경린 작가의 드로잉은 그리는 방식이 아니라 그가 대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즐기는 것이 핵심이다. 정사각형 종이 위에는 분명 작가의 ‘보는 방식’으로 표현된 도시의 패턴, 사물의 패턴, 사람의 행동 패턴 등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Croatia 01>의 경우 지역 특유의 토양 색상을 띈 건축물 표면에 빛이 부딪혀 만들어진 그림자나 노후화된 외벽의 무늬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건물 앞에 있던 나무 몇 그루를 생략하여 건축물 일부만 표현한 것이다. <London 35>는 주변 인물을 관찰하여 그렸고, 삭제된 배경에는 다른 물건과 함께 작가 자신도 있었다.
때론 기억하기 싫은 건 또렷해지고, 기억하고 싶은 건 한참을 지나도 떠오르지 않거나 기록을 통해 보존해야만 오래 기억된다. 마찬가지로 신작은 좋았던 과거를 회상하여 현재와 관계 맺으며 캔버스로 옮기는 작업을 했다. 신작 중 <Mum & Dad (엄마와 아빠)>는 화병과 컵이 담긴 정물화인데, 2018년 드로잉 중 <Croatia 03>에 담긴 부모님의 패턴이다. 당시 부모님과 여행 중이던 기억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 기존의 패턴에서 조형적인 요소를 가져와 정물화로 재해석하여 작업하였다.
작가가 이번 전시를 위해 작업에 집중하는 시간만큼은 다른 생각이 틈입하지 않고 ‘정사각형 종이와 캔버스 – 물감 – 자신’만 존재했듯, 관람객도 정사각형 종이 위에 흩뿌려진 패턴 너머를 집중하여 상상해 보길 바란다. 작가가 실제로 마주했던 장면을 정답처럼 맞출 필요 없이 자유롭게 그려가다 보면 자신만의 ‘보는 방식’이 생겨 여백의 패턴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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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린 개인전 : Pattern in Square》 전경, 큐아카이브, 서울, 양이언 촬영(2023. 11. 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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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don 29>, 2018, Gouache on paper, 18x18cm; <Pear>, 2023, Acrylic and gouache on canvas, 25x25c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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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린 개인전 : Pattern in Square》 전경, 큐아카이브, 서울, 양이언 촬영(2023. 11. 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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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린 개인전 : Pattern in Square》 전경, 큐아카이브, 서울, 양이언 촬영(2023. 11. 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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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린 개인전 : Pattern in Square》 전경, 큐아카이브, 서울, 양이언 촬영(2023. 11. 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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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ht>, 2023, Acrylic and gouache on canvas, 25x25c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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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린 개인전 : Pattern in Square》 전경, 큐아카이브, 서울, 양이언 촬영(2023. 11. 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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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린 개인전 : Pattern in Square》 전경, 큐아카이브, 서울, 양이언 촬영(2023. 11. 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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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k>, 2023, Acrylic and gouache on canvas, 20x20c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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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린 개인전 : Pattern in Square》 전경, 큐아카이브, 서울, 양이언 촬영(2023. 11. 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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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m & Dad>, 2023, Acrylic and gouache on canvas, 25x25c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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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린 개인전 : Pattern in Square》 전경, 큐아카이브, 서울, 양이언 촬영(2023. 11. 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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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린 개인전 : Pattern in Square》 전경, 큐아카이브, 서울, 양이언 촬영(2023. 11. 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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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장경린
런던에서 Fine Art(조형예술)를 전공하고 거주하면서 문화 다양성을 경험하였다. 이를 토대로 한국에서 회화, 입체, 일러스트 등 다양한 분야 및 형태로 작업 활동하는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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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글 이시우
건축학을 전공하고 정책연구기관에서 석사연구원으로 일했다. 지금은 전시 기획자로서 작가와 공간을 이어주고, 작품이 관람객의 마음에 닿길 바라며 다음 전시를 준비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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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큐아카이브
다양한 매체를 소개하고 기록하는 아카이브로서의 정체성을 기대하는 공간이다. 옛 용산의 모습이 일부 보존된 골목 내 구옥을 개조한 1층 건물로 여러 개의 창을 통해 공간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으며 회화, 공예, 디자인 전시 등 경계를 두지 않고 소개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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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eum Visitor, You! siumuseum@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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