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성 · 김은주 2인전 : 움직이는 정물 우리는 삶 속에서 수많은 정물을 보고 느끼는 경험을 한다. 한낮에 나무 아래를 거닐다 초록 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빛을 보기 위해 고개를 들어 잠시 멈춰 선 순간, 그 주변에서 땀을 뻘뻘 흘리고 볼이 분홍빛으로 물들 때까지 뛰어노는 아이들 모습이 사랑스러워 눈 사진을 찍어 보는 순간 말이다.
1950년대 김환기 작가의 그림에는 달항아리가 자주 등장한다. 그는 달항아리를 사랑한 수집가였고, 좋아하는 마음에 그치지 않고 매화, 달, 학, 가구 등과 달항아리를 함께 캔버스 안에 <정물>로 담아냈다. 처음 마주할 때는 캔버스 안에 멈춰 있는 정물처럼 보이지만 작가의 애정이 담긴 달항아리, 동식물의 생명이 담겨서인지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음 한편이 움직여 온기가 느껴지는 듯하다.
강민성 · 김은주 2인전 《움직이는 정물》의 기획목적도 이와 연결된다. 작년에 두 작가의 작품을 보고 김환기 작가의 정물화 몇 점이 연상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보았던 달항아리와 유리 조형물이 나무 가구 위에 살포시 올려진 모습을 상상하면서 이번 전시를 준비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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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골한옥마을, 서울, 이시우 촬영(2022. 12. 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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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편집, 서울, 이시우 촬영(2022. 12. 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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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성 작가는 흙과 유리를 결합하여 도자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작업한다. 주로 흙을 이용하여 형태를 구축하지만, 작업의 핵심 주제는 ‘결합’이다. 도자기를 이루는 흙의 상부와 하부의 결합, 흙과 유리 등 서로 다른 재료를 이용한 결합이 그가 전하는 메시지이자 고집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손으로 차분하게 빚어낸 단색화 같은 전통적인 달항아리와 추상화 같은 무늬와 색상이 가미되어 유리와의 결합을 통해 탐구해온 새롭고 개성 있는 도자기를 소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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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성 · 김은주 2인전 : 움직이는 정물》 전경, 빈트갤러리, 서울, 양이언 촬영(2023. 09.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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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유리공예와 도예를 전공하여 물성과 기법에 대한 이해가 깊고, 계속해서 재료에 대해 실험하고 있어 그 점이 작품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조형미 또한 아름다운데 마치 채움과 비움의 비율이 훌륭한 건축물처럼 느껴진다. 견고하게 채워진(Solid) 달항아리의 표면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빛을 통과시키는 유리가 열린(Void) 공간처럼 기다린다. 빛이 도자기 표면에 떨어지면 둥그스름한 그림자가 생기고, 유리 부분에 빛이 투과하여 만들어지는 색깔 그림자는 상상만으로 짜릿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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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성, <백자호 - White(Fire)>, 2023, Porcelain, Glass, 26×26×43c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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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작가는 유리 조각들과 색을 편집하여 빛을 머금은 형태를 만든다. 2020년 그의 개인전 서문에서 “빛은 뜰 수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매일 유리 스푼을 만들었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빛을 뜬다는 표현이 귀하고 고운 말이라 기억에 남았고, 그의 작품을 실제로 봤을 때는 무척이나 포근했다. 처음에는 그 이유가 유리 조형물에 빛이 통과했을 때 마주친 모습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작가를 알게 될수록 유리를 대하는 그의 태도 때문이라는 걸 깨달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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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성 · 김은주 2인전 : 움직이는 정물》 전경, 빈트갤러리, 서울, 양이언 촬영(2023. 09.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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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물에 이야기와 의미를 만들어 주는 습관, 유리가 가마에서 구워져 나올 때까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작가의 모습은 모두 유리에 대한 애정과 정성이 깃든 관심이다. 유리 조형물이 햇빛을 머금었을 때의 반짝임과 그에 따라 생기는 그림자, 색과 형태 등이 따뜻한 이유는 그러한 마음이 담겨서다. 작가의 마음이 보는 사람에게 전해져 작품 앞에 한참을 머물게 하고, 유리를 통과하는 빛과 그림자의 움직임을 따라 시선을 옮기다 보면 작품의 매력에 금세 빠지게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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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September Bloom>, 2023, 유리, 26x17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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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에서 공간을 구획할 때 메인 공간을 서브 공간이 받아준다는 표현을 한다. 이처럼 가구 위에 놓인 커다란 도자기를 유리 조형물이 받아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 보았다. 강민성 작가의 작품 일부 중 유리가 파생되어 김은주 작가의 작품이 탄생하고, 각각의 조형물이 개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정물화처럼 다가가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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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성 · 김은주 2인전 : 움직이는 정물》 전경, 빈트갤러리, 서울, 양이언 촬영(2023. 09.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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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성 · 김은주 2인전 : 움직이는 정물》 전경, 빈트갤러리, 서울, 양이언 촬영(2023. 09.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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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의 온기로 채워진 도자기와 유리 조형물이 가구와 배치되었을 때 관람객의 눈과 마음에 《움직이는 정물》로 다가갔으면 한다. 필자가 두 작가의 작품을 보고 마음을 움직이는 따뜻한 정물화로 느낀 것처럼 관람객도 그들의 경험에 따라 해석하고 즐기길 바란다. 전시 공간을 한눈에 담아보기도 하고, 작품이 놓인 가구에 가까이 다가가 다양한 정물을 만들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있을지도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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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성 · 김은주 2인전 : 움직이는 정물》 전경, 빈트갤러리, 서울, 양이언 촬영(2023. 09.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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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성 · 김은주 2인전 : 움직이는 정물》 전경, 빈트갤러리, 서울, 양이언 촬영(2023. 09.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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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공간인 빈트갤러리는 성수동 일대 특징인 공장형 건축물로 3.5m 정도의 높이, 회색 콘크리트 벽면, 오래된 창문과 바닥 등이 남아있는 공간으로 피에르 잔르레(Pierre Jeanneret), 샬롯 페리앙(Charlotte Perriand), 조지 나카시마(Goerge Nakashima)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 가구를 보존하며 소개하고 있다. 갤러리의 가구는 분명 쓰임이 있는 사물이지만 켜켜이 쌓인 시간과 낭만적 이야기를 품은 작품처럼 아트 컬렉터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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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성 · 김은주 2인전 : 움직이는 정물》 전경, 빈트갤러리, 서울, 양이언 촬영(2023. 09.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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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마찬가지로 강민성 · 김은주 2인전 《움직이는 정물》에서 소개하는 도자기와 유리 조형물이 더 많은 관람객에게 사물(Object)이 아닌 ‘예술작품(Artwork)’으로 더 뚜렷하게 남기를 바란다. 또한 정물(靜物)만으로 남기보다 “① 감정이 있는 물건, ② 정이 깃들어 있는 물건”의 의미인 정물(情物)로 다가갔으면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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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성 · 김은주 2인전 : 움직이는 정물》 전경, 빈트갤러리, 서울, 양이언 촬영(2023. 09.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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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강민성
유리공예와 도예를 함께 전공하였다. 한국적인 아름다움과 정서를 품고 순백의 미와 부정형의 조형미를 담고 있는 달항아리의 제작방식을 모티브로 흙, 유리, 금속 등 서로 다른 재료들을 결합하여 전통의 현대적 재해석을 목적으로 작업을 진행한다. 기존의 달항아리를 넘어 작가 고유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색과 질감의 표현, 다양한 재료와 기법 탐구, 실험적인 시도들을 통해 새로운 미감을 찾아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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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은주
빛을 받으면 순식간에 찬란해지는 유리의 물성을 좋아해 유리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래서 늘 빛을 쫓아다니면서 ‘빛 타령’하는 시간을 좋아한다. 계절의 흐름이나 오늘의 날씨, 구름의 움직임을 작업의 동력으로 삼는 편이고 작업할 때 이야기 엮는 것을 좋아한다. 곁에 두고 아낄 수 있는 따듯한 사물이나 생활 속에 스며있는 정물이 되기를 바라며 유리와 생활을 이어 나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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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글 이시우
건축학을 전공하고 정책연구기관에서 석사연구원으로 일하며 도시설계 및 자원순환 분야를 연구했다. 지금은 전시 기획자로서 작가와 공간을 이어주고, 작품이 관람객의 마음에 닿길 바라며 다음 전시를 준비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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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eum Visitor, You! siumuseum@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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