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조 '당신의{ }시간' 이희조 '당신의{ }시간'
2022. 09. 11-13, 18-20 (기간 중 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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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 알맹이와 작은 식탁>, Watercolor and Acrylic on Paper, 31.8X31.8cm, 20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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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설명하기 어려운 순간이 있다. 평소 흘려들었던 음악의 가사가 어느 순간 귀에 또렷이 들어와 마음을 건드려 눈물이 쏟아진다거나, 낯선 작가의 그림 한 점에 위로받는 순간들 말이다.
지난 3월, 우연히 들어간 미술관에서 작가 이희조의 작품을 처음 보았다. 평소 추상과 구상 사이 어디쯤 존재하는 그림을 좋아하는데,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친숙한 모습인 듯 아닌 듯한 그림 속 오브제를 보면서 오랜 시간 머물렀다.
그리고 자연스레 내 곁의 물건들이 떠올랐다. 오랜 시간 함께한 물건들이 이렇게나 소중하고 아름답게 느껴지다니, 낯선 이름의 작가에게 고마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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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g 1-6>, Watercolor and Acrylic on Paper, 20X20cm, 20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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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이희조 개인전 전경 1-2 (이시우 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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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작업하는 시간에 찍고-그었을 점과 선에 집중하며 하나, 둘, 셋, 수십 개째로 눈길을 옮기며 찬찬히 들여다보는 그 시간 동안 {무거웠던 마음이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작품에 위로받아 마음이 따뜻해졌다.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에서 조금씩 나아지는 상태로 넘어가는 중이었는데, 복잡했던 생각이 조금씩 덜어지고 새로운 무언가를 받아들일 마음으로 변화하는 지점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감성적인 경험이지만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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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ouse>, Watercolor and Acrylic on Paper, 100X100cm, 20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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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보고 온 후,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사물에 애정을 담아 그림으로 표현한 작가에 대해 궁금해졌다. 그리고 우리는 5월의 어느 봄날에 만나 전시기획의 틀을 정하고, 9월 가을로 접어드는 지금-함께 관람객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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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letter; 연서>, Watercolor and Acrylic on Paper, 14X22.7cm, 20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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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조 작가는 일상의 경험을 그림으로 표현한다. 작가의 물건, 가본 장소나 공간, 만났던 사람들과의 관계, 이와 관련된 기억과 감정들을 떠올리며 작업한다. 일상적이고 평범해 보이는 사물을 따뜻한 시선으로 관찰하고 그리면서 반복되는 ‘점-선을 끊임없이 찍고-잇는’ 정성을 쏟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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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을 고르는 일>, Watercolor and Acrylic on Paper, 24.3X24.3cm, 20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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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을 위해 가장 먼저 전체적인 형태와 색채를 계획하고, 자세한 묘사는 최소화하여 특정 부분에 초점을 맞춘다. 여기에 단순하지만, 깊이감 있는 패턴을 더해 점묘화처럼 표현한다. 이러한 작품 속 형태와 디테일에 시선을 옮기다 보면 나직하거나 그윽한 작가의 호흡이 느껴진다.
작가에게 작업 과정은 {고요한 의식이나 명상} 같은 시간이라고 한다. 그 시간 동안만큼은 마음의 불편함이 사라지고, 오롯이 자신과 마주하게 되는 경험을 한다고 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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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일기 1>, Watercolor and Acrylic on Paper, 20.2X20.2cm, 2022 |
<집의 일기 5>, Watercolor and Acrylic on Paper, 20.2X20.2cm, 20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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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eces of everyday life 12>, Watercolor and Acrylic on Paper, 30X30cm, 2022 |
<Pieces of everyday life 50>, Watercolor and Acrylic on Paper, 30X30cm, 20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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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mood>, Watercolor and Acrylic on Paper, 53X45.5cm, 20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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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이희조의 개인전 '당신의{ }시간'은 작가가 기존에 경험한 기억과 감정의 경계를 넘어 다른 사람의 공간인 ‘아노말 스튜디오’의 시간을 담았다. 공간 분위기와 그 내부를 이루는 조각들을 모티브로 삼아 관찰하고 탐구한 후 신작 19점에 반영하였다.
여기에 플로리스트 박미라는 꽃과 식물, 오브제 등을 이용하여 그림과 어울리는 장식을 계획하고 있다. 회화 작품과 어떠한 조화를 이뤄낼지 기대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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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하고 고요하며 구름 낀 날씨>, Watercolor and Acrylic on Paper, 18X14cm, 20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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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려주던 이야기>, Watercolor and Acrylic on Paper, 24.3X33.4cm, 2022 |
<토요일의 산책>, Watercolor and Acrylic on Paper, 24.3X33.4cm, 20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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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과 잎의 달 2>, Watercolor and Acrylic on Paper, 18X14cm, 2022 |
<풀과 잎의 달 3>, Watercolor and Acrylic on Paper, 18X14cm, 20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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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으로 난 창가>, Watercolor and Acrylic on Paper, 31.8X31.8cm, 20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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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온 뒤 산책>, Watercolor and Acrylic on Paper, 27.3X33.4cm, 20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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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아노말 스튜디오 전경 1-4 (박미라 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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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시간'은 작가와 기획자가 느꼈던 시간이면서 아노말 스튜디오의 시간이다. 그리고 전시를 통해 관람객이 느끼는 시간이기도 하다. 관람객은 어떠한 명사, 형용사, 의성어 등으로 괄호 안 여백을 채우게 될까? 이러한 질문을 남기며 전시 당일까지 매일 설렘으로 채워 관람객을 기다리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희조 작가의 작품을 보고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했듯, 이 전시가 단 한 명의 관람객에게라도 따스하게 스며들어 마음에 닿기를 소망한다.
(가을로 접어드는 8월의 어느 날, 이시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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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달 가능한 행복을 일상에서 찾으려 한다. 일상의 낯익은 사물들을 보면 홀연히 나타나는 감각들이 있다. 습관적으로 집어 든 커피잔에도, 우연히 읽은 책 한 구절에도 유연히 나타나는 내적 평화가 있다. 삶에 스며든 오브제들을 고요히 관찰하다 보면 상실되고 무뎌진 감각들도 되살아나곤 한다. (작가노트 중 일부를 발췌함)
학력
2020 University of the Arts London, Painting MFA
2018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판화과 졸업
개인전
2022 <Pieces of Everyday Life>, 폴스타아트 갤러리, 서울
2021 <About Everyday Lives>, 성남문화재단 청년예술창작소
2020 <Trivial Things>, 유니온 아트 스페이스, 서울
주요 국내 단체전
2022 <Summer Interlude>, The Untitled Café, 서울
2022 <Artist x Icon>, 디자인 하우스, 서울
2022 <Good Afternoon>, NTL gallery, 서울
2021 <Side by Side>, 스타필드 고양 센트럴아트리움
2020 <소품락희>, 조은 갤러리, 서울
주요 국외 단체전
2019 <GIFC & VELVET ROPES>, House of vans, London
2019 <Dreams>, The Biscuit Factory, London
2019 <Squeezed>, The Nunnery gallery, London
수상
2022 아티커버리 Top 9 작가 당선
2019 ASYAFF Priz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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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이시우, Siu Lee
FLW의 건축물을 보고 심장이 뜨거워져 건축을 전공하였고, 정책연구기관에서 석사연구원으로 일했다. 아직은 기획자나 큐레이터보다 ‘전시기획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오래된 취미로는 미술관에 가서 공간을 경험하고, 작품을 눈과 마음에 담는 것이다. 때론 아이가 상상 놀이하듯 작품과 관람객의 모습에 이야기를 입히면서 예술을 이해하고 즐긴다. (사진은 2020년 3월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이다. 가장 아래 두 명의 사람이 있다가 누군가는 떠나고, 결국 혼자 남는 모습이 쓸쓸하기보다 고요하고 아름다운 아그네스 마틴 같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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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 박미라, Mira Park
예술고등학교에서 서양화를 배우고 대학과 대학원에서 도예와 조소를 전공한 예술적 영혼으로 채워진 사람이다. 식물 작업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자연의 균형미, 조형미, 색감 등을 좋아한다.
아노말(Anomal)은 프랑스어로 ‘불규칙한, 변칙적인, 특이한’의 뜻으로 박미라의 꽃과 식물 작업, 오브제 등을 보면 이러한 의미에 대응하는 특별함이 있다. 스튜디오 내부는 그녀의 취향이 고스란히 담긴 아노말 스튜디오 정체성 자체이다. 공간 조성을 위해 직접 페인트칠하고 조명을 사서 달았으며 오랜 시간 수집했던 그림과 크고 작은 오브제를 채워 완성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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